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26일 회의에서는 당권ㆍ대권의 분리를 규정한 현 당헌의 개정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현 당헌상 대선 경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선 1년6개월 전 사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못해 한 차례의 정회를 포함해 오전과 오후 6시간에 걸쳐 격론이 이어졌지만 당권ㆍ대권 분리론자와 통합론자의 입장이 확고한데다 수적으로도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결론을 못내리고 27일 회의로 바통을 넘겼다.

분리론자들은 상황에 따라 당헌을 고쳐서는 안된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또 박근혜 전 대표는 설사 당헌이 바뀌더라도 전대에 출마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거론했는데 한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안나오면 개정한 사람만 이상한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합론자들은 `변화'와 `기회'를 내세우며 당권ㆍ대권 분리 기간을 기존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중재안'인 셈이다.
선출직 당직 사퇴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줄여 오는 7월 전대에 출마하는 이들이 5개월이라도 잘해 대권후보로 성장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친이(친 이명박)계 이명규 의원과 중립성향 권영진 의원이 찬성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원유철 의원과 친이계 박영아 의원도 기간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분리 기간 완화에 공감했다.

친이계 나성린 의원은 "나갔다가 상처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몸조심하면 안되고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배은희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권ㆍ대권 분리시기에 대해 1년6개월 유지와 완화 주장이 팽팽했지만 1년을 포함해 완화하자는 주장이 절반을 조금 넘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전화자동응답(ARS)에 연결된 8만3천여명의 책임당원 중 24％인 2만여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비대위원들에게 공개됐다.

`당권ㆍ대권 분리'에 대해선 58% 대 29%로 현행유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대표와 지도부 분리선출 여부를 놓고서도 반대와 찬성이 각각 60% 대 30%로 현재와 같이 통합해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두 배나 됐다.

일부 통합론자들은 "`당권ㆍ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 당헌을 고쳐야 하는지, 유지해야 하는지'라고만 묻지 말고 `당헌을 바꿔 전대에 대권주자들이 출마하도록 하는 게 맞느냐, 현행유지가 맞느냐'라고 물어봐야 정확하게 알고 답을 할텐데 정희수 사무총장 직무대행이 반대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