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해임시정부(上海臨時政府)’청사에서 남긴 친필 휘호가 오역된 채 수십 년 째 방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92년 9월 30일 노 전대통령은 상해임시정부를 방문, 청사 수리와 보호에 사용하도록 성금을 기증하는 자리에서 “민족 독립운동의 성전에서 한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라고 휘호를 남겼으나, 아래 하단에 번역된 중국어는 “?????泰愚的??：“在民族?立??的?殿，祈愿?民族精神永放光芒 (한국 대통령 민족독립운동의 성전에서, “한민족의 정신이 영원히 빛나길 기원합니다)”라고 오역돼 있다.

‘한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남긴 노 전 대통령의 글이 ‘한민족의 정신이 영원하길 기원’하는 내용으로 순식간에 바뀐 것.
‘정신이 영원히 빛나길’→ ‘한민족의 발전’으로 바꿔 “在民族?立??的?殿里，祈愿?民族永恒的?展”로 변역하면 정확한 표현이 된다.

원문의 단어나 구절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살려 번역한 의역이라 할지라도, 한글로 남긴 ‘한민족의 발전’을 의미하는 내용은 고스란히 빠져있다.

상하이를 방문한 경북도 공무원 A씨는 “국가의 원수가 남긴 휘호인 만큼, 정확한 의미가 전달돼야 한다”며 “상하이 영사관은 수십 년째 상황파악도 못하고 뭐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조선족 박짐(42?흑룡강?민족가수)씨는 “한글 휘호를 보며, 우리 한민족의 발전을 기원하는 전직 대통령의 뜻을 읽다가 갑자기 ‘한민족의 정신이 빛나길 바란다’는 중국 번역 글을 보다 엉뚱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하이=최대억 특파원

최대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