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폐지 등 4개 쟁점사안 최대한 합의처리"

16개월. 검찰과 법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조차 이들 법조계의 파워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새삼 깨닫는 기간이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13일 논란이 됐던 4대 쟁점 사안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16개월 동안의 특위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사를 맞고 있는 주성영 의원과 김동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 등 4대 쟁점 사안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나머지 쟁점을 최대한 합의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전관예우 방지법을 비롯해 여야가 합의한 영장항고제 도입, 법관인사제도 개편, 양형기준법 제정 등 비쟁점 사안은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를 보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앞서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사개특위 5인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사개특위 차원에서는 더이상 논의의 진전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6월로 시한이 정해진 사개특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김동철 의원은 "특위 시한을 연장할 경우, 지금 타결하려는 것까지 합의가 안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대 쟁점 처리문제는 법사위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법사위 의원들이 4대 쟁점이 '한 때' 합의가 됐다는 것을 참고한다고 해도, 법사위 차원에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당초 지난 2월 사개특위 구성이 본회의를 통과했던 것도, 관련 이슈가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4대 쟁점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영 의원도 "사개특위에서 (결론이) 어려운 상황이 법사위로 넘어가서 타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개특위 여야 간사는 4대 쟁점타결의 '사실살 무산' 결론에도 전관예우금지법을 비롯해 여야가 합의한 사항들이 사법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 '용두사미'라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했다.

하지만 법원판결의 기준을 정해 판사의 자의적 판단을 제어하고 검사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당초 목적은 빛을 바랜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주성영 의원은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가 합의한 비쟁점 부분도 이미 개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다는 평가도

무엇보다 이번 4대 쟁점 무산의 문제는 '선출된' 권력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통제하는데 완전히 무기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특위 가동 시점부터 검찰과 법원으로부터 각종 로비와 압력에 시달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국회가 굳이 특위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이유는 이해당사자인 법원과 검찰의 반발을 차단하고 무조건 결론을 도출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국회는 결국 법조계의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장동엽 간사는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변호사를 상대로 한 법안을 비롯해 그다지 반발이 없는 쟁점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합의가 됐는데 검찰과 법원의 이익이 직결된 부분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 "국회의원들의 굴욕"이라고 힐난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사법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 기대가 컸는데 결국 국회가 법원과 검찰에 무력하다는 것만 확인했다"며 "역설적으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도국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