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여당이 쏟아낸 각종 ‘포퓰리즘성’ 정책이 새로운 당·정·청 자중지란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으며. 모두 국가 재정 건전성과 직결되는 데다 실효성 등에서도 시빗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당·정·청 갈등의 새 불쏘시개는 ‘우리금융지주 ·대우조선해양 국민공모주 매각’이다. “좋은 포퓰리즘은 좋은 것”이라는 홍준표 대표가 연일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의 국민기업화가 가진 장점을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26일 정부 반응은 뜨악한 편이다. 실무부서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은 내심 못마땅하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는 눈치다. 청와대는 당 대표의 제안인 만큼 격식을 갖춰 반려하려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백용호 정책실장은 전날 당 정책위원회와의 협의에서 “(30% 할인 공모에 따른) 기존 주주의 손실과 공적자금의 불완전 회수”라는 문제점을 직접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부정적 견해가 우세하지만 여당 대표의 제안인 만큼 최대한 예를 갖춰 협의하는 절차를 거친 뒤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지만 홍 대표는 완강하다.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청와대 공식입장이 나오자 이날 “재집권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또 한 차례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지도부에서는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같은 경제학을 전공한 나성린 의원도 “언뜻 보면 서민을 위한 것 같지만 주가 하락 리스크 때문에 꼭 그렇지도 않다”며 “매각 지분 일부를 공모주로 매각하는 건 몰라도 전체는 시장 상황상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여권의 ‘뒷끝’ 안 좋은 포퓰리즘성 정책은 한둘이 아니다. 무상급식, 등록금 부담 완화, 전·월세 상한제 등을 놓고서도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추진해 온 명목등록금 완화의 경우 “부자 등록금 지원은 안 된다(홍 대표)”는 반대 의견이 많아 난관에 부닥친 상태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도 “소득별 장학금 차등 지원”으로 정책이 급선회하면서 “헛된 기대심만 부풀렸다”는 대학가와 학부모의 원성이 밀려들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교과위 중심의 여야 실무협상이 진전이 없다”며 “만약에 교과위에서 논의가 계속 진행되지 못할 때에는 결국 다시 여·야·정 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세 대란이 벌어지면서 전·월세 상한제도 당·정 갈등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홍 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이 전·월세가 지나치게 오른 특정 지역에 한해 한시적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억지로 억눌렀다가는 더 큰 폭으로 뛰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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