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24일)가 다가오면서 여야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승패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큰 만큼 기대와 우려 속에 각기 총력 지원전을 벌이면서 향후 정국 분석에도 분주한 눈치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주민투표에 정치생명을 걸 가능성을 예고해 투표 결과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오 시장이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대선 불출마 또는 시장직 진퇴 등 자신의 거취를 언급하려는 것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하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에 따른 승부수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이주일도 채 남지 않은 주민투표에 대한 유권자의 참여 열기가 예상보다 저조해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투표 개표에 필요한 투표율은 33.3%로, 전체 유권자 836만명 중 279만명이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도 개봉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주민투표를 추진한 오 시장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33.3%의 투표율을 넘기는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 여권 잠룡 중 한명인 오 시장으로서는 정치생명을 담보로 “주민투표는 서울시 미래를 위한 순수한 결단”이라는 점을 호소하는 방안이 불가피한 처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주민투표의 진정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대선 불출마를 얘기를 안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시장직을 거는 것은 여권이 져야할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오 시장이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자칫 주민투표에 지면 시장직 사퇴가 이후 치러질 재보선에서 민주당측 인사의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투표율 미달로 투표 자체가 무효화되는 경우 오 시장은 직격탄을 입게 된다. 시장직을 걸지 않더라도 오 시장은 사퇴 압력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80억원이란 막대한 선거비용을 사용하고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엄청날게 뻔하다.

한나라당이 불똥을 맞는 상황도 그려진다. 주민투표 지원을 주장한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져 내홍이 확산될 수 있다. 밖으로는 여당의 ‘무능력’을 체감한 보수층의 이탈이 예상된다.

반면 33.3%를 넘은 투표에서 서울시가 이기면 그 효과는 크다. 당장 오 시장은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낸 보수의 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다. 만약 12일 회견에서 대선 불출마가 아닌 시장직 사퇴 카드만 내보일 경우 오 시장의 여권 내 입지는 탄탄해져 훗날 도약의 기회는 많아진다.

무엇보다 대권행보에 탄력이 붙으면서 친이(친이명박)계의 ‘박근혜 대항마’라는 이미지가 공고해질 수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복지 포퓰리즘을 공격하며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이 승리하면 한나라당은 복지정책의 주도권을 빼앗길 공산이 크다.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복지전투’에서 사실상 무장해제되는 셈이다. 당연히 오 시장은 사퇴 압력에 내몰릴 것이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