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영국은 폭력, 약탈, 방화가 난무하는 무법천지이다. 수도 런던에서 시작된 폭동은 벌써 며칠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사의 나라’이자 ‘선진국의 대명사’격인 영국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데, 어쩌다 그 지경까지 됐는지 참 안타깝다.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사태가 일단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그 후유증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영국과 사정이 엇비슷하다. 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복지지출은 계속 늘려 재정적자 역시 계속 누적되어왔다. 근래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긴축재정으로 돌아서자, 약자와 빈민들의 불만이 마구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라 씀씀이를 줄이려면 복지예산 삭감이 불가피하고, 그러면 약자와 빈민들부터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도가 난 그리스는 물론 포르투갈, 프랑스 등에서도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이유이다. 무리한 복지확대가 낳은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도 유럽의 아우성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복지지출을 대폭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유례없이 크다. 표에 눈이 어두운 정치권이 앞장서 ‘공짜복지’를 공공연히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약자와 빈민들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로 복지수혜 대상을 넓히자고 주장한다. 그들은 공적부조, 사회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조차 유지하기 힘든 현실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복지포퓰리즘이 창궐하다가는 머지않아 유럽보다 더 큰 어려움을 당할지도 모른다.

재정 없는 복지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그런 복지는 결국 약(藥)이 아니라 독(毒)일 뿐이다. 그리스처럼 국가가 파산해 국유재산을 헐값으로 팔아넘기는 참극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물론 복지는 점차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마구잡이식 복지확대가 아니라 재정이 뒷받침된 지속가능한 복지확대가 절실하다. 또 꼭 필요한 계층에 꼭 필요한 혜택이 돌아가는 ‘맞춤형’ 복지가 절실하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