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 "오세훈 시장, 무상급식에 시장 직 걸 일 아니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나경원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면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우회적으로 나 최고위원을 반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여권 내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서울시장 선거 지원유세에 나설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이야기에 앞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무상급식에 대해 입장을 판단한 뒤 지원에 나설지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선거 전 무상급식과 복지에 대한 당론부터 정해야 한다는 소장파들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박 전 대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이미 실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듯이 지자체별로 형편과 상황에 따라 실시하면 될 문제였다"며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장 직을 걸 일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 이전부터 "무상급식은 지자체별로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주민투표가 불필요한 투표였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주민들이 결정할 문제지 정치권이 나설 문제는 아니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지를 확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조건 무상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

한국형 맞춤 복지를 실시해야 한다"며 향후 복지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의 균형, 선제적 복지,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 요지는 결국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쓸데없이 판을 벌렸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물론 당도 상처를 입었다는 우회적 비판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 전 시장 편에 서서 무상급식을 적극 반대한 인물이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면 지지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한 셈이다.

여권은 박 전 대표가 나 전 최고위원을 겨냥했다고 해석했다. "처자식을 베어 버리고 전장으로 나간 계백 장군처럼 시장 직을 건 만큼 우리도 당력을 모아야 한다"며 오 전 시장 지지와 주민투표를 독려했던 그다.

당내 일각에서 나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 '무상급식 주민투표 2라운드'가 연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홍준표 대표는 노골적이고, 소장파들도 우회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자격'을 제시하자 서울시장 후보를 둘러싼 당내 역학구도도 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 권력'이자 '선거의 여왕'인 박 전 대표가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만큼 더 이상 나 최고위원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여권 관계자는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입장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는 절실하다"며 "박 전 대표가 반대하는 후보를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철수 기자

윤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