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양으로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 들렸다. 그러나 전기가 나가 주유기작동이 안되어 기름을 넣을 수가 없다고 하여 산골마을이라 전기가 잠시 나갔나보다 했다.

구미 IC로 들어오자 마침 퇴근시간에 신호등이 꺼진 채 대형 주차장이 되어버린 대로를 보고 경찰은 교통정리는 안하고 어디서 뭐하고 있나 하며 투덜거렸다. 그날 밤 TV뉴스를 보고 그때서야 전국이 정전사태로 난리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끊긴 전기로 인해 엘리베이터에 갇혀 불안에 떨고 있던 사람들, 영업이 정지되어 한숨짓는 상인들...

특히 우리지역은 얼마 전 단수사태로 대혼란을 겪었던 곳으로 국가공단이 있는 곳에 단수와 정전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간이 흐르니 전기수요 예측 실패와 허위 보고, 부실한 사후 대응 등이 속속 들어나고, 하늘 길 신호등 고장으로 국내 공항을 이륙할 예정이었던 항공기 수십 대의 출발이 줄줄이 지연되는 큰 혼란이 발생되었다는 소식, 게다가 모두가 쉬고 있는 일요일 오후 7개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 조치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니 요즘 우리나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사고가 터지는 것 같아 다음엔 뭘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만 하다.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높으신 양반들은 요즘 모두 서울시장 보선으로 서로 셈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고, 지역 국회의원 역시 내년 총선준비로 동네 계모임까지 찾아다니며 눈 도장찍기에 급급하니 국민의 불안과 아픈 상처는 누가 보듬어 줄지....

꿈과 희망을 갖기보다는 불안과 혼란의 연속으로 이제는 신뢰가 아닌 의혹과 불신으로 모두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다달은 듯 하다.


최윤희 / 논설위원

최윤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