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의 당 내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이 후보로 확정되면서 또 한 번의 계파 대결이 끝났다.

특히 당 내 유력인사 중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간의 대결구도로 판세가 짜여지면서 다소 불균형이 있었지만 지난해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일단은 또 다시 손 대표가 승리한 모습이다.

이번 경선에서 박 후보가 주목받았던 점은 정책통이라는 자신의 강점 외에도 각종 계파가 그에게 쏠렸다는 부분이었다. 당초 정계 진출 시점에서는 정동영 최고위원과 연을 맺은 그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연이 엇갈리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반대편인 손 대표의 지원을 받았다.

더욱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후보에게는 정세균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노세력의 지원이 보태진 데다, 이인영 최고위원 등 젊은 세력인 486 세력과 재야그룹까지 합세했다. 최근 박 후보와 함께 두드러진 활약을 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다소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은 박 후보가 시작부터 유리한 위치를 점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2위인 천정배 후보는 정동영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출마 선언 당시에는 조직력 등에서 결코 뒤쳐질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출발했다.

특히 자신의 출마 선언과 의원직 사퇴 등을 놓고 불편함을 드러낸 손 대표를 향해 정 최고위원이 직접 합세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세에 나서는 등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후보군이 가시화된 이후 박 후보로 계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최종 경선 결과는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또 한 번의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간의 대결이 손 대표 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지난해 치러진 전당대회에서도 손 대표는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과 맞선 가운데 각각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인 계파 간 균형 속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경선 결과를 단순히 손 대표의 승리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박 후보와 천 후보의 개인차라는 또 다른 변수도 있지만, 투표 결과를 놓고 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39.7%, 천 후보의 지지율은 28.7%로 결집된 지지세력 규모에 비해 수치상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진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하락세를 보여 온 손 대표의 입지를 놓고 본다면 일단 이번 경선 결과가 손 대표의 존재감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손 대표가 이긴 것이라기보다는 만회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단 당 내부와 관련해 당원들의 기대와 당심을 만족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주류 쪽에 좀 더 가까운 후보가 나오면서 비주류를 상대로 한 승리를 통해 손 대표가 당 내에서 좀더 안정감을 회복한 것"이라며, 손 대표가 선택한 카드에 '당심(黨心)'이 힘을 불어넣어줬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