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한나라당이 여전히 혼돈 속이다. 당의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 구상은 겉돌고 있다. 무상급식 정책을 둘러싼 내홍도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후보(48) 캠프는 당장 5일 출범 예정인 선거대책위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친이계 일색인 캠프는 친박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반응이 시원찮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3일 “친이와 친박을 아우르는 선대위를 구성할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표는) 직책 없이 역할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 나 후보 캠프 한 의원은 “핵심 조직 자리인 선대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은 (친박계가 맡도록) 다 비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직책이지만 선대위 고문으로 홍사덕 의원(68), 선거본부장으로 이성헌 의원(53) 등 친박계 의원들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치권 밖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도 선대위원장 후보로 거론 중이다.

친박계 반응은 떨떠름하다. 나 후보 캠프 내에서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는 그림”을 기대했으나, 한 친박계 중진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후보 개인이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나 후보 캠프에서 이날 오후 서울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 선거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친박 참석자는 김선동 의원(47)이 유일했다. 선거본부장으로 거론된 이성헌 의원은 물론 이혜훈(47)·구상찬(54) 의원도 불참했다.

친박계의 이런 반응에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선거 지원에 앞서 복지 이슈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당 복지 태스크포스(TF)도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나 후보는 “전면 무상급식에는 반대한다. 소득 상위수준에는 드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친박계는 “나 후보의 발언이 박 전 대표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재정 자립도 1위인 서울시가 (무상급식을) 주민투표까지 하면서 반대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무상급식 이슈를 두고 나 후보와 박 전 대표의 거리는 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관계도 정리해야 할 과제다. 나 후보는 전날 정책간담회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일부에는 전시성 사업이 있다. 앞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은 전면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차별화를 암시했다.

반면, 나 후보 캠프에는 오 전 시장 측 인사들이 정책·정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 후보는 ‘심판론’이 제기되는 오 전 시장의 시정을 어떻게 계승하고 어떻게 차별화할지 시험대에 서 있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