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5년 전 일이다. 당시 서울에 있는 한 고교에서 교사가 머리길이가 긴데다가 무스까지 바른 학생을 붙잡는 일이 발생했었다. 그 교사는 라이터로 학생 머리에 불을 붙였는데 충격을 받은 학생들이 교내에서 종이비행기 시위를 벌였다.

정확히 7년 후인 2005년, 이 학교 학생들은 또다시 종이비행기 시위를 진행했다. 과도한 두발규정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규제를 반대한다'는 글귀를 담아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다수 언론들이 청소년 인권 취재에 나섰다. 기자들이 학교를 방문 할 때마다 학생들은 '왜 이제야 왔느냐'며 하소연했다. 학교에서 강제이발을 당하다 귀가 찢어진 사연이나 PVC 파이프로 체벌을 당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그들을 위한 사회적인 뒷받침은 부족했다. 민주노동당은 두발규제, 체벌 금지, 강제야자보충수업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학생인권법을 발의했으나 원내 소수라는 한계에 직면하면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최근 진보교육감이 대거 등장하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경기도 지역의 경우 지난해 3월 두발.체벌.자율학습 등 336건에 달했던 민원이 5월에는 95건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전북에 이어 서울에서도 인권조례 제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앞으로 학생인권 개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갈피를 잡기 힘들게 됐었다. 서울의 경우 곽노현 교육감의 핵심 정책 중 하나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이었다는 점에서 권한 대행이 재의를 요구하는 과정은 한편의 연극 같기도 했다.

이제 시의회에서는 다시 표결에 부쳐야한다. 지금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학생들의 인권이다. 수평적인 토론보다는 수직적인 명령이 여전히 많은 중.고교에서 민주주의가 싹틀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시의회, 교육청 관계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김 형곤 / 보도국장 대우

김형곤 /보도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