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내 5월의 두 번째 목요일인 10일 아침. 새벽장사가 끝난 부평깡시장에 한 대의 손수레가 등장하자 상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주섬주섬 상품을 챙기기 시작한다.

어떤 상인은 상자 채 상품을 손수레에 담고, 또 어떤 이는 한 움큼 손에 쥔 찬거리를 손수레를 끌고 있는 김명수 상인회장의 손에 쥐어 준다.

상인회 운영진이 끄는 손수레에는 어느새 각종 싱싱한 채소 등 반찬거리와 과일로 가득 찬다. 그렇게 하기를 서너 번, 손수레가 부평깡시장을 돌며 한 가득 담은 것은 상품이 아니라 ‘희망’이고 함께하는 ‘나눔’이었다.

부평깡시장 상인회는 벌써 6년 간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을 ‘희망, 나눔의 날’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 시장 상인들은 양파나 무, 시금치, 배추 등 싱싱한 채소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쓴다.

많건 적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정성껏 모은 양이 1톤 트럭 2대분. 시가로 따지면 300만원에 달한다. 지난겨울 상인회 사정으로 3개월 정도 쉬었을 뿐, 지난 6년간 한 달에 두 번은 꼭 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단다.

부평깡시장 상인회 김명수 회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꾸준히 부평깡시장을 찾아 준 주민들이 있어 어려움을 딛고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면서 “부평구민들이 있어 깡시장이 존재하는 만큼, 주민의 사랑을 되갚고자 상인들 스스로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나선 것이다”고 말했다.

부평깡시장은 인천에서 손에 꼽히는 큰 도매시장이었다. 하지만 구월동과 삼산동에 농산물 도매시장이 들어서자 폐쇄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했다.

상인들이 모은 정성은 부평4동 주민센터가 관내 무료급식소, 지역아동센터, 이주 여성 쉼터, 푸드 뱅크 노노 케어 대상자, 저소득층 가정 등지에 전달한다.

이주여성쉼터 윤재실 소장은 “매우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쉼터 살림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행복한 나눔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상인회의 나눔 활동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겨울이면 김장김치도 함께 담그고, 종종 홀몸노인을 위해서 조촐한 식사자리도 마련한다.

김명수 회장은 “상인들 모두 순수한 마음에 십시일반 조금씩 마음을 모아 주민들에게 전달하자고 한다”면서 “부평깡시장이 존재하는 한 행복한 나눔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광수 / 기자

김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