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고기온을 갈아 치우는 기록적인 가마솥 더위에 주부들과 공무원이 음식물 쓰레기 수거체험을 하기 위해 9일 오전 9시 원룸 지역의 주택가에 모였다.

이날 현장체험은 북구 산격3동 주택 지역에서 진행됐다. 이 지역은 빌라와 대학가 원룸, 식당과 시장이 밀집한 곳이다. 홀로 사는 어르신과 대학생이 많이 거주해 음식물쓰레기 전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음식물쓰레기 수거에 어려움이 많은 지역이다.

북구청에서는 이 지역 거주 주민이 음식 쓰레기 전용 용기를 이용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음식물쓰레기 전용봉투를 제작 보급하고 수거방법도 각 가정의 문 앞에서 수거해가는 ‘문전 수거제’로 변경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로 배출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와 일부 주민의 비협조 등으로 음식물 쓰레기 불법배출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날은 입추가 지난 이른 아침이지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 때문에 후덥지근했다.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한 윤영자(여) 북구 명예감시단회장은 환경미화원과 5톤 차량에 올라타 120ℓ들이 수거통을 끌고 다니며 본격적으로 쓰레기 수거작업을 시작했다.

윤 회장이 5ℓ짜리 음식물쓰레기통 뚜껑을 열자마자 역한 냄새가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코를 움켜줬다.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한 뒤에야 120ℓ 짜리 쓰레기통을 쏟아 비울 수가 있었다. 30분도 체 지나지 않아 온몸에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온 몸에 배겼다. 이렇게 400여 회를 반복하자 음식물쓰레기가 5톤짜리 수거차량에 가득 찼다.

윤 회장이 수거차량에 올라타자 수거 차량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신천하수병합처리장으로 향했다. 신천하수병합처리장에서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200톤 규모다.

이날 음식물쓰레기의 수집운반에서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한 윤영자(여, 북구 명예환경감시단 회장 ) 씨는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었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체험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험이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는 질식사할 정도다.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미화원에게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김영순(여,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 씨는 “‘음식물쓰레기 줄입시다!’는 말은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실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체험을 해보니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시민들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줄여야 하겠더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비닐봉지에 싸서 통째로 넣거나 동물이 먹을 수 없는 옥수수자루 같은 것을 마구 버리는 데, 가정에서부터 철저하게 분리 배출해야겠다.”고 주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체험은 대구시 동고동락 프로그램 참여의 하나로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 및 대구 북구 명예환경감시단 간부 등 10여 명과 대구시 공무원이 참여했다. 대구시는 여름철 음식물 쓰레기양이 늘어나고 부패가 심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의 고충을 이해하고자 현장 체험을 마련했다.

현장체험은 북구 산격3동 주택 지역에서 각 가정에서 내어놓은 소형용기(5ℓ)의 음식물 쓰레기를 대형용기(120ℓ)에 비우고, 5톤 차량에 옮겨 실은 다음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 하치, 이어 처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처리되는 전 과정을 견학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600여 톤이 발생하고 있다. 8월에는 이보다 약간 많은 630여 톤 정도가 발생된다. 이는 평소 배출량과 비교할 때 5% 정도 증가한 양이다. 껍질이나 씨앗이 두꺼운 수박과 과일류가 많고 또 부패로 인하여 식재료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환경미화원이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음식물쓰레기 처리 기계도 고장이 잦다. 아직까지 일부 가정에서 각종 동물 뼈와 소라, 전복, 굴 등의 조개껍데기와 수박, 옥수수자루 같은 생활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하는 데도 음식물쓰레기에 섞어 버리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음식물쓰레기 1일 발생량(2011년 말)은 611톤(1인당 0.24㎏)으로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23.3%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447톤이 민간처리업체에서 사료?퇴비 등으로 처리되고 164톤은 하수병합 처리를 하고 있다.

대구시에서 수거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1~5톤 트럭 136대와 443명의 인력을 투입해 단독주택지는 새벽 3시부터 아침 8시까지, 공동주택은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음식물 배출량에 따라 운반횟수를 늘려가며 수거하고 있다.

대구시 우주정 자원순환과장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주부들이 입장을 바꿔 수거와 처리를 직접 해봄으로써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체험행사는 마련했다.”면서 “가정에서는 음식을 조리할 때부터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야 음식물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가계와 처리비용 절감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대구시 북구 환경관리과 서현창 재활용 담당은 “여름철에는 수분이 많은 과일과 야채 등의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 쉽게 부패되고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으로 파리와 해충들이 들끓어 위생에도 좋지 않다.”면서 “음식물쓰레기 관련 민원은 대부분 수거차량이 수거해 간 다음에 내어놓아 수거해 가지 않았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배출시간(전일 20시부터 ~ 24시)을 꼭 지켜 주면 시가지 청결과 시민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 박선정 기자

박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