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의원(새누리당 대구 서구, 지식경제위원회)은 21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 계약에 있어 표준거래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그 계약서를 계약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6조제8항)

하지만, 7월 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이런 현행법이 완전히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조사대상의 모든 대규모유통업체가 핵심내용이 빠진 불완전계약서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즉, 이들은 ①거래형태, ②납품방법, ③상품대금의 지급방법, ④판매수수료, ⑤반품조건, ⑥판매장려금의 지급시기 및 횟수, 비율, 액수 등을 공란으로 두는 백지계약서를 사용하거나 계약의 핵심내용인 부속 합의서(장려금율 지급조건, 판촉사원 파견합의서, 판촉비용 합의서, 반품합의서 등)를 납품업체의 명판 및 인감이 찍힌 공란 계약서를 여유 있게 여러장 받아두고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그때그때 공란(계약조건)을 채우는 등 사후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적 약자인 납품업체는 일상화된 구두계약과 수시로 변하는 계약조건도 고충이지만, 그나마 서면계약을 하는 경우조차 이처럼 백지계약서가 교부되면 대형유통업체가 정해주는 일방적인 판매조건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사후 법적 분쟁 발생시에도 입증책임에 어려움 때문에 법적인 조치는 애시당초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해외 유명브랜드사와의 계약서에는 거래형태, 대금지급조건 및 기간, 매장별 판촉사원 파견, 판매규모별 판매수수료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의 2중적인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계약서를 보관하도록 하는 선언적인 규정만으로는 경제적 강자인 대형유통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상훈의원이 대표발의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이같은 유사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①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자와 체결하는 모든 계약서 사본을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②계약서를 받지 못한 납품업자는 계약내용의 확인을 요청한 서면과 그 내용에 대한 회신서 사본까지 공정위가 보관하고, ③이를 지키지 않는 대형유통업체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활성화 정책팀 간사이면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정책전문가로 활발한 활동 중인 김상훈 의원은, “해외 유명업체에 대하여는 명확한 계약서를 교부하면서 국내업체에게는 백지 계약서 등 불법을 당연시하는 대형유통업체에 대하여 분노를 느낀다”면서 백화점, 대형마트의 이러한 명백한 불법적 행태에 대하여 공정위가 과징금 등 제재수단을 취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법감정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경제적 강자인 대형유통업체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오래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편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면서 이 제도가 정착되면 대형유통업체의 불법적인 계약행위를 예방하고, 추후 분쟁이 생겼을 때 공정위에 제출된 사본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여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체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 김진회 기자

김진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