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을 앞두고 국내.외의 관심이 벌써 뜨겁다. 특히 어느 때보다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다. 2%대 경제성장이 기정사실화한데다 물가 역시 1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기 때문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이달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HSBC는 "한국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약세다"면서 "한국 정책 당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9월 중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한은이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관측했다.노무라도 "올해 한국 수출증가율이 3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국내 채권 시장 역시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3일 국고채 금리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기대에도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국고3년 지표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낮은 2.75%에, 5년물은 0.03%포인트 떨어진 2.83%였다.

1995년 4월2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공시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8월 기준금리 결정 직전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76%까지 내려갔다. 기준금리가 내려갈 거란 채권 시장의 기대가 국고채 금리에 반영된 것이다.각종 경제 지표로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은 올해 8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나 줄었다. 선박, 자동차 등 주력 상품이 특히 위축됐다.생산과 소비도 부진하다. 7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6% 감소했다.

8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9로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가는 등 소비자 지갑은 굳게 닫혔다.게다가 8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로 12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물가를 자극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한은의 반응은 조심스럽다.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리를 혼자 내리는 것이 아닌 만큼 금통위 당일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며 '묵언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다른 관계자는 "금통위 전 주까지도 정부의 굵직굵직한 각종 경제현안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며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꼭 이달이 아니더라도 연말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차례 이상 내릴 것으로 관측한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2%대 경제성장을 예고할 만큼 불황이 심각해서다. 일각에서는 경기부양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정부가 추경카드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남은 카드는 금리 인하밖에 없다는 관측을 한다.

국제곡물가 상승과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계획 등을 고려하면 낮은 물가 덕에 '부담 없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경기 급랭을 막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공조하는 측면에서 한은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 형곤 /보도 2국장

김 형곤 /보도 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