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흙탕에 들어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급히 빠져나가는 안철수 후보를 지켜보면서 많은 것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잠시 몇 년 전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오래 전 누군가에게 우리나라의 비합리적인 각종 제도와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며 미국에서 살던 시절 경험한 정치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나라 정치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며, 상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나는 단순하게 변화를 일으키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단정하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사회는 새로운 변화보다는 기존 틀에 익숙해하면서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기에는 엄청난 모험과 용기도 필요하지만 때론 우리사회는 그 도전 자체를 귀찮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2012대선에 뛰어들었다가 무대 뒤로 사라진 대선주자 안철수의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의 원칙은 한국정치를 변화시키는데 의미 있는 몫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호와 이념만으로는 기존 정당정치의 벽을 넘을 수 없어 결국 그는 말끝마다 추어올린 새 정치를 향한 국민들의 희망만 잔뜩 부풀려놓은 채 사라졌다.

그동안 뜨겁게 언론을 긴장시키며 바쁘게 했던 단일화는 싱겁게 끝이 나고, 이제부터라도 선심성 공약이 아닌 국민을 위해 실현가능한 약속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진정으로 다가가는 후보가 누구인지 꼼꼼이 챙겨봐야 할 때다.

오늘 각 정당후보들의 공식 후보등록을 지켜보면서 이제 선수들은 드디어 출발점에 섰다!! 정정당당하게 정책대결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최윤희 / 논설위원

최윤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