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가지도자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하고는 한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지휘자라 해도 악기에 문제가 있으면 조화로운 연주를 이끌어낼 수 없다.

악기의 상태부터 꼼꼼하게 살펴서 고장난 것은 고치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도 매한가지 이치이다. 법령이나 제도를 세밀하게 살펴서 고칠 것은 고쳐야 나라가 잘 돌아가게 마련이다.

고대 중국 전국시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진(秦)나라 효공이 어떻게 하면 패업(?業)을 이룰 수 있느냐고 묻자 상앙(商?)은 이렇게 대답한다. “거문고 소리가 고르지 못하면 줄을 갈아야 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단호하게 개혁해야만 새로운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백년 후 한(漢)나라 때 동중서(董仲舒)도 무제에게 거문고 줄을 바꾸듯이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상소한다. 그래서 생겨난 고사성어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이고,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경장이라 일컫게 된 것이다. 물론 진나라 효공과 한나라 무제는 해현경장의 개혁을 통해 결국 부국강병을 이루어낸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정치불신이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할 정도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은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풍선처럼 팽배해 있다. 아직도 꺼지지 않는 ‘안철수 신드롬’이 바로 그 뜨거운 열망을 웅변하지 않는가? 안철수라는 학자이자 경영자가 갑자기 정치판에 뛰어들어 새 정치를 부르짖자 그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가?

우리 정치 상황은 줄뿐만이 아니라 거문고를 통째로 바꿔야 할 지경이 아닌가? 이제 정치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정치를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국민통합도 경제민주화도 천번 만번 외쳐봐야 다 공염불일 뿐이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해야 만이 경제, 사회, 문화 여타 다른 분야 역시 올바른 궤도를 찾을 수 있다.

원래 선거, 특히 대선은 국민의 다양한 변화와 쇄신의 요구를 수렴하는 무대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가 정치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참 당연하고도 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국민은 변화와 쇄신의 내용보다는 누가 변화와 쇄신의 적임자인가에 관심을 둔다.

그래서 누가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낼 신뢰의 지도자인지 판단하게 된다. 백 마디 구호 보다는 한 가지 실천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모쪼록 우리 정치의 수십년 해묵은 적폐를 말끔히 청소할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