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뒤 칩거에 들어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여전히 '살아 있는' 대선 변수라는 점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로 돌아선 안 전 후보 지지층이 현재는 50%대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안 전 후보 행보에 따라 이 비율이 60%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문 후보 지지율이 현재보다 2~3%포인트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안 전 후보가 다시 문 후보와 힘을 합쳐 대선전에 적극 나선다면 야권이 승리한다고 보는 유권자도 과반수에 달했다.

매일경제신문ㆍMBNㆍ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퇴 직전 안 전 후보 지지자(366명) 가운데 57.8%가 문 후보 지지로 이동했고, 26.7%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5.5%였다.

안 전 후보 지지층 가운데 중 40% 이상이 문 후보에게로 가는 대신 박 후보나 부동층으로 이탈한 셈이다.지역별로는 부산ㆍ경남(PK), 대구ㆍ경북(TK), 충청 지역 유권자 가운데 이탈자가 두드러졌다. 세 지역 모두 30%를 웃도는 안 전 후보 지지자가 박 후보 지지 돌아섰고 16%가량은 무당층으로 빠졌다.

이들 지역에서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안 전 후보 지지자는 46~49%에 불과했다.반면 인천ㆍ경기와 호남에서는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64% 정도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박 후보 지지는 평균 이하였다.연령별 분석에서는 40대 부동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40대 가운데 20.3%는 박 후보로, 58.9%는 문 후보로 이동했고, 부동층으로 빠진 비율은 20.9%였다. 전 연령 가운데 가장 높은 부동층 비율로, 후보들 정책공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활인'인 이들이 향후 누구를 지지할지 관심을 끈다.

이번 조사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돕는다고 했을 때 문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시됐다. 이에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65.5%는 '의향이 있다'고 말했고, 27.8%는 '의향이 없다'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답은 6.7%였다.

안 전 후보가 칩거 중인 현재 상황에서 문 후보 지지로 이동한 안 전 후보 지지자가 57.8%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안 전 후보 움직임에 따라 표심 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구체적으로 보면 안 전 후보 지지자 가운데 7.7%포인트가 추가로 문 후보로 이동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문 후보 전체 지지율은 2.8%포인트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박 후보와 지지율 격차 2.9%포인트와 거의 일치한다.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정권교체는 바라는 유권자들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박근혜ㆍ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3% 정도 근소한 차이인 상황에서 안 전 후보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후보의 대선 승리 전망에서도 안 전 후보가 변수가 되고 있다.안 전 후보 사퇴(지난달 23일) 직후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지난달 24~25일 실시)에서 '안철수 후보 사퇴로 야권 단일화가 되면서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승리를 예상하는 응답은 30.9%에 불과했다.

예상과 달리 갈등 속에 진행된 데다 결과마저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탓이었다.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다시 힘을 합한다면 야권이 승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51.8%가 승리를 예상했다.

김 형곤 /보도2국장

김 형곤 /보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