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수많은 행성들이 1분 1초 어김없이 일정 간격 일정 궤도를 반복 순환한다. 인간의 역사도 비슷한 법칙으로 설명되고는 한다. 이른 바 ‘주기설’이 그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절묘하게도 35년을 주기로 일대 전기가 찾아온다.

1910년 일제가 총칼을 앞세워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한다. 꼭 35년 뒤 1945년 일제는 패망하고 우리는 꿈에 그리던 해방을 맞이한다. 동시에 국토 한가운데 허리가 잘려나가는 분단의 아픔을 겪는다. 동서냉전의 첫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건국과 동란 등 역경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산업화를 일궈낸다. 1980년에는 광주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 그때부터 민주화라는 또 다른 시대적 과업까지 실현한다. 그 해 중국에선 등소평이 집권하면서 개혁개방이 시작되지만, 여타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진영은 쇠락의 길을 걷는다.

35년 주기설은 19세기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도 그럴 듯하게 적용된다. 1875년 운양호 사건으로 일제의 조선 침탈이 시작된다. 그해 서양에선 강철 포신을 장착한 대포가 개발되고, 그 무렵 ‘제국주의’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된다.

1840년에는 아편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양 열강의 동양 침략이 시작된다. 그로 인해 1천년 넘게 우리 종주국을 자처하던 중국의 위세는 급전직하 추락한다. 1805년에는 나폴레옹의 정복전쟁으로 유럽이 송두리째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 와중에 절대 왕정국가들은 속속 근대 입헌국가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1770년에는 미국 독립전쟁의 불씨가 되는 보스톤학살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던 청나라는 건륭제 치하 극성기를 이룬다.

다가오는 2015년 을미년 새해는 우리에겐 기념비적인 해이다. 해방 70주년, 한일수교 50주년이다. 그리고 광주민주화 운동의 함성이 울려 퍼진 지 벌써 35년이 되어간다. 굳이 35년 주기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정황상 2015년은 중대한 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의 급변사태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토인비가 설파한대로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우리 역사는 유난히 그렇다. 새해 닥쳐오는 도전이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슬기롭게 응전해서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2015년은 대한민국의 성쇠를 가늠하는 국운이 걸린 해가 될 것 같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