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21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온라인 대출 과정에서 신분증 판독에 실패한 125건에 대해 추가 진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총 203억 원을 대출했다고 밝혔다.

중진공은 2021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에 걸쳐 비대면 전자약정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책자금 지원 디지털 전환’ 용역을 3차에 걸쳐 진행하며 총 47억5,4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비대면 대출 시에는 신청자의 신분증을 촬영 또는 스캔해 업로드하면 OCR(광학문자인식)을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 중진공의 <전자적 방식 대출 및 대출금 관리업무 운영지침>과 <전자약정 직원 매뉴얼>에 따르면, OCR 판독 실패 시 담당 직원은 정부24(주민등록증), 경찰청 교통민원24·도로교통공단(운전면허증) 등에 직접 접속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2023~2024년 자체감사 결과, 신분증 판독 실패에도 불구하고 진위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신분증 재확인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

재확인은 했으나 잘못된 값을 입력한 경우

운전면허증 일련번호 조회 없이 넘어간 경우 등이다.

지역별로는 △경남지역본부 68건 △경남동부지부 26건 △전북지역본부 19건 △부산지역본부 7건 △충북북부지부 4건 △충북지역본부 1건 등 총 125건, 대출금액은 203억 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중진공은 “신분증 진위 확인 외에도 본인 명의 계좌 검증과 공동인증서 전자서명을 거치므로 본인 확인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난해 자체감사 이후 판독실패 알림 시스템 개선, 사내게시판을 통한 세부기준 안내, 내부직원 교육 등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권향엽 의원은 “48억 원을 들인 시스템에서 203억 원의 구멍이 생겼다”며 “직원들만 탓할 게 아니라, 신분증 OCR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생체인증 등 실명확인 의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신분증 사본을 이용한 명의도용 대출 사건에서 대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준 판례가 있다”며 “중진공의 안일함으로 단 한 건의 명의도용 대출이나 스미싱 피해라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CNB국회방송 호남총괄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