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가 ‘1인 기업’ 액트지오에 의뢰해 실시한 탐사성공률 평가에서
액트지오가 도출한 유망구조 14개 중 12개(86%)의 트랩 성공률을 100%로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대왕고래(트랩 성공률 6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석유공사가 그동안 강조해온 “층서트랩은 리스크가 크다(성공률이 낮다)”는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평가 결과다.

권향엽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43억 원의 용역비를 받고 석유공사의 입맛에 맞춘 ‘만점 도배’ 평가 결과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 1차 평가에선 ‘트랩 성공률 100% 전무’, 2차에선 ‘만점 도배’

권향엽 의원실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액트지오 탐사성공률 평가 자료에 따르면,
액트지오는 2023년 1차 유망성 평가에서 대왕고래 등 7개 유망구조를 도출했으며,
2024년 2차 유망성 평가에서 마귀상어 등 14개 유망구조를 추가로 도출했다.

1차 평가에서는 트랩 성공률이 100%로 평가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대왕고래조차 **트랩 성공률이 60%**에 불과했다.
나머지 구조도 40~60%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차 평가에서는 유망구조 14개 중 12개가 트랩 성공률 100%, 나머지 2개도 **80%**로 평가됐다.
즉, 불과 1년 사이 트랩 성공률 분포가 40~60%에서 80~100%로 급상승한 것이다.

■ 트랩 ‘만점 도배’로 탐사성공률 급등… 수치 왜곡 가능성 제기

석유공사 내부기준에 따르면, **탐사성공률(GCoS)**은
근원암·덮개암·저류층·트랩 등 석유 부존의 4대 조건 성공률을 곱산하여 산정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수치가 바뀌면 전체 탐사성공률은 크게 변동한다.

예를 들어, 2차 평가에서 가장 유망한 구조로 꼽힌 ‘마귀상어’의 탐사성공률은
트랩 성공률이 100%일 때 18.7%, 그러나 대왕고래 수준인 60%로 조정하면 **11.2%**로 급감한다.
즉, 트랩 성공률을 과대평가할 경우 전체 탐사성공률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석유공사 “층서트랩은 리스크 크다”… 실제 평가서는 ‘리스크 0’

석유공사는 그동안 층서트랩(stratigraphic trap) 구조는 성공률이 낮다고 수차례 설명해왔다.
2024년 1월 26일 석유공사 이사회에서 당시 국내사업처장 곽원준은
“층서트랩이다 보니까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를 충분히 줬다”고 보고했다.
석유공사 동해운영팀 담당자 또한 “층서트랩은 구조트랩보다 훨씬 더 리스키(risky)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평가에서는 층서트랩임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추가 유망구조 14개 중 13개가 층서트랩인데, 그중 12개가 100%, 1개(새우 4N)만 **80%**로 평가됐다.
사실상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강조해온 위험요소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 “석유공사와 액트지오 간 유착 의혹… 평가 전면 재검증 필요”

권향엽 의원은 “43억 원의 용역비를 받은 1인 기업 액트지오가
석유공사에 유리한 평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용역의 공정성과 전문성 모두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석유공사가 국민 세금으로 발주한 연구용역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석유공사가 그간 직접 강조한 ‘층서트랩 리스크’ 논리를 스스로 뒤집은 결과가 나왔다”며
“액트지오의 평가 결과는 즉각 폐기하고, 제3의 독립기관을 통한 탐사성공률 전면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NB국회방송 호남총괄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