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11일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북측 근로자의 임금과 토지임대료에 대해 우리 기업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요구를 해옴에 따라 개성공단 미래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북측은 이날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 평균 75달러인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월 300달러 수준으로 올리고 연간 임금인상률은 10~20%로 하자고 제안했다.

또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에 대한 토지임대료를 약 31배 인상된 5억 달러로 재조정 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지난 2004년 북측과 개성의 1단계 100만평 토지를 50년간 사용한다는 '토지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료 1600만 달러를 이미 완납한 상태다.

우리측은 현대아산 억류직원 유모씨의 조속한 귀환과 신변 안전 확인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오는 19일 개성공단에서 3차 실무회담을 갖고 이날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추가 협의를 벌이기로 했으나, 북측의 진전된 입장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태로 보인다.

결국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개성공단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데다 유씨 문제 해결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포기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가 굳이 공단을 폐쇄하지 않더라도 개성공단 최대 강점이었던 값싼 임대료와 임금이 대폭 오를 경우 공단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진다.

이미 개성공단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했던 의류업체 스킨넷이 철수를 결심한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의 도미노 철수도 예상된다.

대북전문가들은 이날 회담에서 북측이 보인 태도에 대해 더 이상 개성공단을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선언하고 공단 폐쇄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남측으로 넘기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신선호 기자

신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