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 5일제 근무 시행에 따른 여가활동이나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전거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또한 4대강 종주 자전거길(총연장 804km) 설치와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하는 등 이제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 되었다.

이렇듯 자전거는 건강적인 측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한편으로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자전거 보급대수 최대 500만대, 이용자는 최소 1,000만 명에 달하며, 자전거 인구가 늘면서 자전거 사고 발생 건수도 2006년 7,922건에서 지난해 1만2121건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할만한 점은 자전거 사고 중 음주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용자들 중에 곳곳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음주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음주 후 자전거 라이딩이 대단히 기형적인 나쁜 문화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는 말할 필요도 없이 위험한 행위이다.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뺏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음주운전 보다 자전거 음주운전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잔의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탈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확률
이 5배 증가한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는 강력한 외부 철판과 에어백, 안전벨트 등이 운전자를 어느 정도 보호해 주지만 자전거는 사고 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맨몸으로 외부 충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어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높은
수준의 정신운동 능력과 신체조정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명심하여 자전거 음주 운전을 절대 삼가야 하겠다.

그렇다면 음주 운전은 자제하면서도 음주 후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대다수의 자전거 이용자가 자동차 음주운전만 음주운전으로 생각했지 자전거는 교통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음주 후 자전거 운전을 해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 제2조 21호에‘자동차 등 이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동기장치가 별도로 달려있지 않은 자전거 운행은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 받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 자전거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치를 넘으면 자동차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고, 일본은 자동차와 같은 음주운전 조항을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법제화 되어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자전거 음주 운전을 조속히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으며, 자전거 인프라와 이용자가 늘면서 자전거 교통사고도 크게 늘고 있지만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심한 상황에서 안전의식을 고취시켜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이 요구된다.

취미를 통해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자전거 안전수칙의 준수와 타인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아닐까?


글 ; 박건종 / 인천소방서.정서진구조대
편집 ; 김광수 / 기자

김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