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경주에서 개최된 2012월드그린에너지포럼에서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예멘출신 Tawakul Karman를 만났다. 그녀의 첫인상은 남미의 페루에서 24시간 넘게 여러 국제공항을 거쳐 드디어 경주에 도착했다며 약간 호들갑스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여 여러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인사말과 함께 그녀의 생각을 피력할 때는 매우 강한 이미지를 풍겨 마치 회견장 전체를 그녀 혼자서 독점하는 듯 했다.

개회식행사에서는 다른 이들의 연설을 꼼꼼이 들으며 메모를 하던 그녀는 수시로 옆에 함께 앉은 남편과 연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했다. 단상 위에 올라간 그녀는 서슴없이 아랍어로 당당하게 연설을 시작했고, 아랍어에서 영어로, 그리고 다시 우리말로 동시통역이 되는 것은 정말 복잡했다.

때로는 많은 부분이 명확하게 의사전달이 되었는지 의문이었지만 맑은 미소로 내려와서 남편에게 연설 평을 묻는 모습은 여느 아낙의 모습과도 같았다.

1부 의식행사 후 고전무용단의 부채춤 공연이 있었다. 평생 처음 우리나라 한복을 본 그녀는 무용단을 보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So pretty! Beautiful! Fantastic! 을 외쳤다. 그러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서슴없이 나도 저런 옷 한번 입어보고 싶다고 했다.

부채춤 공연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고 흥분하는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다 공연이 끝나면 무용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자 엉덩이를 덜썩이며 좋아했다. 무대 위로 달려가서 단원들에게 눈인사하며 우리 한복을 보고 감탄을 연발하는 모습은 천생 여자였다.

우리나라에서 채 24시간도 머물지 못하고 또 다른 곳으로 가는 33세의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 지금 예멘에서 여성의 결혼정년을 법으로 17세 이상이 되도록 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아직도 지구촌 한쪽에는 12~13세 어린여자아이들이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들의 딸과 후손을 위해 오늘도 지구촌 어디에선가 열심히 투쟁하며 노력하는 그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최윤희 / 논설위원

최윤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