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선정국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것이 소위 후보단일화 문제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정책경쟁이나 자질검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지 오래이다.

오로지 문재인, 안철수 후보 둘 중에 누구로 또 어떻게 단일화해야 박근혜 후보를 필적할 수 있느냐가 관심일 뿐이다. 오죽하면 후보단일화가 모든 이슈를 삼켜먹는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유행할까?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한 어느 선진국에서 우리 대한민국처럼 해괴망칙한 대선을 치르는가? 참 자괴감마저 든다.

그나마 정치적 이념과 노선이 비슷하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인 문재인 후보와 기성정치권을 배격하고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후보 간에 무슨 접점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제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 봐도 유일한 단일화 이유는 정치적 이득 때문이 아닌가? 둘이 합쳐야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도 있고, 그래서 후보를 양보하는 측에 권력을 나눠주겠다는 것 아닌가?

양측이 말끝마다 “국민” 운운해 더 실망이다. 한 쪽은 국민의 뜻이라며 단일화를 서둘러 밀어붙이고, 한 쪽은 “국민이 단일화 과정을 만들어 줄테니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마라.”고 대꾸한다. 후보등록일 무렵까지 앞으로 20일 동안 얼마나 국민을 들먹이며 지겨운 실랑이를 계속할 것인가?

한편 요즘 공학도들이 덩달아 애꿎은 수모를 당하고 있다. 정치공학이라는 용어가 나쁜 의미로 자주 인용되기에 말이다. 원래 정치공학은 정치현상을 통계적 계량적으로 관찰 분석하고자 하는 학문을 뜻한다. 컴퓨터나 여론조사 같은 첨단기법이 그 주요 수단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가치는 도외시한 채 이득만을 추구하는 정치행태를 지칭하는 용어로 변질되고 말았다. 더 이상 공학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덧씌워져서는 안 된다. 차제에 정치공학 대신에 ‘정치공작’이나 ‘정치계산’이라는 말을 사용하자.

어쨌든 후보단일화는 올 대선정국의 큰 변수가 분명하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 양측은 보다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속보이는 실랑이 하며 시간 끌지 말고 가급적 빨리 단일후보를 결정하라.

물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는 필수이다. 그래야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지 않고 국민의 판단과 선택이 명료해질 수 있다. 부디 대선 때마다 벌어지는 단일화 놀음이 이번으로 영원히 종지부를 찍으면 좋겠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