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뉴욕타임스는 지난 1천년간 가장 탁월한 지도자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를 꼽는다.그녀는 부국강병의 기틀을 마련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초석을 세운 장본인이다.

재위 45년 눈부신 선정을 베풀어 유럽의 변방국이던 영국을 최강국으로 만든다. 그 치적은 열거하기 숨 가쁠 정도이다. 화폐제도를 통일하고, 빈민구제법을 제정한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식민지경영 대양무역을 주도한다. 신구교를 아우르는 종교적 관용책을 실시해 국민 대통합을 이룬다. 세익스피어, 스펜서, 베이컨 등 특출한 문인, 학자를 배출해 학문의 꽃을 활짝 피게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롤모델이 바로 엘리자베스 1세라고 한다. 400년의 시차에도 불구 언뜻 보아도 양인은 공통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한쪽은 영국과 결혼, 한쪽은 대한민국과 결혼한 독신여성이다.

둘 다 어릴 적 불행하게 어머니를 잃는 등 갖은 고초를 겪지만, 오랜 은둔기간 중에도 자신을 억누르며 꾸준히 실력을 닦는다. 그리고 정치일선에 나온 후로는 합리적이고 외유내강한 지도력을 발휘한다.

강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원칙과 신뢰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긴다. 철학과 역사를 좋아하고 여러 개의 외국어에 능통하다. 평생 규칙적인 생활로 날씬한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며 여성미를 잃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절대주의 여왕을 꿈꾸는 거냐!“고 비난하는데 어이가 없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우리 아이들이 진짜 조선시대 왕이나 장군이 되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여성이라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능력과 자질을 갖춘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면 금상첨화일 수 있다. 여태껏 정치적 사회적 약자이던 여성이 대통령까지 된다면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변화와 쇄신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에게 한 가지 큰 과제가 있다면 아버지를 뛰어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도 아버지 헨리 8세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치를 하려고 무진 애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는 어련히 국민들이 판단한다.

그 시대 생긴 아픈 상처가 남아있다면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롤모델인 엘리자제스 1세처럼 나라를 중흥시키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지 관심 속에 지켜본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