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어디로… 위기의식 없는 ‘그들만의 싸움 -

민주통합당이 18대 대선 패배 이후 '그들만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류, 비주류로 갈라져 패배에 대한 자성 대신 상대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차기 지도체제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네 번의 큰 선거에서 모두 졌다. 올 총선·대선은 정권교체 열망과 야권 승리의 기대감을 등에 업었음에도 패배했다.당을 송두리째 흔들어야 할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 이후 대응은 '과연 위기의식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친노무현(친노) 주류 측에선 '질서 있는 수습론'을 들고나왔다. "분열하지 말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1460여만표(48.0%)를 득표해 일정 부분 민의를 모아낸 성과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댄다.

박지원 원내대표,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자진사퇴했을 뿐 주류 측에서 대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인사는 없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문 전 후보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해야 한다는 논리를 댔다.

문 전 후보도 24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대표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권리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지기 직전에야 "비대위원장을 선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바로 2선 후퇴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연석회의에선 "문 전 후보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노웅래 의원), "국민은 책임지라고 한다. 권한대행을 내려놓으시라"(김영록 의원) 등 목소리가 쏟아졌다. 의원직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비주류 세력은 '친노 책임론'을 주장하며 공세를 펴는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주류가 총선 이후에도 평가 없이 대선까지 이어갔다"며 "시종일관 친노 몇몇 분들이 캠프 자체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4선 중진인 김영환 의원도 전날 "민주당은 이제 친노의 잔도(벼랑 끝에 낸 위태로운 길)를 불태우고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며 "친노 세력은 밀실 야합과 패권주의로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에서 모두 패했다"고 했다.

비주류 측은 주류 측을 향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 대행의 권한'이라는 법리 논쟁을 앞세워 당권 쟁탈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함께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없이 상대방 비판과 의심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주류 측은 주류 측이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다가 '친노 책임론'이 잦아들 때쯤 전당대회로 재기를 노린다고 의심하고 있다.이에 주류 측 한 의원은 "대선 때 뒷짐지고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데 이제 와서 책임론을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철저히 반성하고 평가해야 한다"(원혜영 의원)는 자성의 목소리는 뒤로 밀리고 있다.당의 이 같은 모습을 바라보는 밖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정치학자들은 '처절한 반성, 냉철한 패인 분석, 전면 쇄신'을 주문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친노의 정치 여정을 보면 비전 중심보다 계파·세력 중심 정치를 해왔다"며 "선거 때나 패배 후 수습 정국에서도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주류에도 "쇄신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내부 정치에만 휘말려 있다. 향후 합종연횡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지 구축을 위해 발버둥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패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당 노선과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총선 패배 후처럼 제대로 패인을 분석하지 않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은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민주당 체제는 2004년 열린우리당 등장과 함께 지도부로 부상한 이들이 주도해온 낡은 체제"라며 "리더십이 경쟁을 통해 밑에서부터 전면적으로 교체돼야 한다"고 했다.


김 형곤 /보조2국장

김 형곤 /보조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