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은 북벌 도중 전장에서 죽음을 맞아 후주 유선에게 표문을 올린다. 구구절절 지극한 충심이 담겨있는데, 특히 마지막 대목이 인상적이다.

신은 뽕나무 800주와 척박하기는 하나 농토 15경이 있어 식구들 의식에는 충분합니다.” 그는 전략과 행정의 달인이기에 앞서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청렴한 공직자이다. 그는 상벌을 엄격히 시행하지만 누구에게도 원망을 듣지 않는다. 그 만큼 자신에게 더 엄격하고 매사 공정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 총리감에 거론되는 두 전직 대법관의 청렴이 큰 화제이다. 두 분 다 수십년 고위 공직생활에도 불구하고 허름한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다. 두 분 다 막대한 수입이 보장된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오로지 후학을 키우는데 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가진 재물은 별로 없지만 세상을 품을 만큼 그릇이 넉넉한 분들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이런 분들이 우리 공직사회의 귀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이다. 어쩌면 공직사회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이 아닐까 싶다.

물론 청렴만이 자격요건은 아닐 것이다. 헌법 조문대로 총리로서 행정각부를 통할하려면 융통성과 균형감각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일의 덕목은 역시 도덕성이고, 가장 중요한 도덕성의 잣대는 역시 청렴이다. 청렴한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서 부당한 청탁이 통할 리 없고 불공정한 거래가 허용될 리 없다.

공직사회가 맑고 깨끗해지면 시민사회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불신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갈등이 해소될 것이고 통합은 자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단언컨대 청렴한 총리는 곧 유능한 총리가 될 것이다.

꼭 제갈량이나 두 전직 대법관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니라도 좋다. 총리든 감사원장이든 장관이든 도덕성에 있어 기본 상식과 상궤를 벗어나지 않은 인물이면 좋겠다.

소위 잘난 사람일수록 탈세,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등 반칙에 능하다는 부끄러운 ‘경험칙’이 깨지면 좋겠다. 제발 이번 인사청문회 때는 과거처럼 목불인견의 광경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