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 거의 다 있다. 부모를 잃으면 고아, 남편을 잃으면 홀어미 또는 미망인, 아내를 잃으면 홀아비라 한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지칭하는 말만큼은 없다.

다만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은 일을 뜻하는 ‘참척’(慘慽)이라는 용어만이 있다. 자식을 앞세워 보내는 것이 얼마나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큰 아픔과 슬픔이면 그렇겠는가?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영문도 모른채 차디찬 바다 속에서 고통스럽게 숨져갔다. 수백명의 우리 어린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그렇게 창졸간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들의 심정이야 어떻게 가늠하겠는가?

온 국민들이 진심으로 조의를 표했지만, 위로는 될지언정 가슴의 쓰라린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오로지 그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만들어지기를 고대할 뿐이다.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둘러싼 시국이 갈수록 악화일로이다. 여야간에 어렵사리 내려진 합의안이 두 번이나 유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자 야당은 아예 빠지고 유가족들이 직접 여당을 상대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유가족들은 단식, 3보1배 등 극한 투쟁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유가족들이 그러겠느냐 일면 이해는 하면서도 이건 너무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점차 확산되는 것 같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고 주장한다.

형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초법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2명의 여당 몫 특검후보추천위원을 자신들이 선택하겠다고 주장한다.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기국회가 문만 열었지 계속 휴업상태이다.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세월호 시국에 묻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벌써 참사가 일어난지 5개월이 되어간다. 이제 국민들은 세월호의 아픔과 슬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권만은 ‘비상’을 풀지 말고 세월호 참사를 거울삼아 국가개조 작업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더 늦기 전에 유가족들이 대승적으로 용단을 내려주면 좋겠다. 야당 역시 유가족 뒤에 숨지 말고 책임 있는 정치권의 일원으로서 할 일을 다 해야 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