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4.5일제 논의가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사회적 대화가 우선되어야 할 주4.5일제 도입」 보고서를 통해 주4.5일제와 같은 근로시간 제도 변화는 구조적 조정을 수반하는 사안으로, 도입 논의 초기 단계인 현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주4.5일제 도입에 있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의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논의의 속도와는 별개로 정책 의제의 성숙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 구조를 고려할 때 주4.5일제는 절대적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합의 수준은 저조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주4.5일제가 단순한 휴무일 조정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적 요소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의제라고 지적하며 몇 가지 주요 고려 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생산성, 인력 운영, 업무 재배분, 비용 분담 방식 등과 연동되기 때문에 산업별·규모별로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조직 역량이 상이한 기업 간 부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을 전제로 하는 주4.5일제의 경우 임금 삭감 없는 단축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증 자료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과 연장근로 체계, 휴일 설계, 근태 기록 방식 등 현행 제도는 주5일제를 전제로 구축되어 있어, 주4.5일제 도입 시 제도 간 정합성 점검과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근거로 주5일제 도입 경험을 제시했다. 근로시간 제도 변화는 법률 개정보다 사회적 수용과 조정 과정에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실제로 2003년 주5일제 도입 당시 업종과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와 방식이 달라 현장 적응 속도에 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과 비용 측면에서 추가 지원이 요구되면서 조정 과정이 장기화되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점을 언급했다. 이는 법 개정보다 도입 이후의 조정 과정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4.5일제 역시 충분한 준비와 합의가 선행되어야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입법조사처는 정책적 의제화 단계에 있는 주4.5일제에 대해 성급한 도입보다는 논의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이 이루어지고 여론의 관심이 확산되고 있으나, 제도 도입 판단에 필요한 기초 자료와 사회적 합의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도입 여부나 방식에 앞서 논의의 성숙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며, 제도 설계와 사회적 논의가 병행될 때 정책의 수용성과 현장 적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주4.5일제 논의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사회적 대화의 틀을 마련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며, 기초 자료 축적과 영향 평가를 통해 논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논의를 담아낼 구체적인 구조와 주체를 설계하는 실질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의제별 소위원회, 국회의 사회적 대화 의제별 협의체 등은 복잡한 노동 의제를 전담 플랫폼을 통해 논의한 사례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험을 참고해 주4.5일제 논의를 위한 전담 논의 틀을 마련하고, 기초 자료 검토와 영향 평가를 거쳐 도입 방식과 절차를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4.5일제의 안정적 정착은 도입 시기나 속도보다 어떤 구조 속에서 사회적 논의를 조직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CNB국회방송 호남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